언젠가는 인간 심판이 사라진다.
티키타카 2016-05-23 19:31:44 2065 0

오심으로 얼룩진 월드컵

남아공월드컵 16강전 독일과 잉글랜드의 경기 중 영국팬들이 분통을 터뜨릴 일이 일어났다. 2대 1로 뒤지고 있던 상황에서 영국의 프랑크 람파드가 날린 슛이 골대를 맞고 분명히 골라인 안쪽으로 들어갔는데도 심판은 골을 인정하지 않았다. 동점을 만들어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기회는 날아갔고, 그 뒤 급격히 무너진 잉글랜드는 4대 1로 패배하고 말았다.

멕시코는 16강전에서 아르헨티나 공격수 테베즈의 오프사이드를 잡아 내지 못한 심판 때문에 선취골을 허용했다. 4강에서 우루과이가 당한 두 번째 실점도 오프사이드였다. 우리나라도 오심의 피해자였다. 조별예선 2차전에서 아르헨티나의 이과인은 오프사이드 위치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골을 넣었지만 심판은 그대로 골을 선언했다. 당시 2대 1로 뒤진 상황에서 추격의 고삐를 당기고 있던 터라 아쉬움은 특히 더했다.

축구에서 오심 논란은 언제나 있었다. 하지만 유독 이번 월드컵에서 심한 까닭은 무엇일까. 체육과학연구원의 송주호 박사는 과거에 비해 빨라진 현대 축구를 이유로 들었다.

현대 축구는 공격과 수비 사이의 간격이 30m에 불과할 정도로 압박이 강하다. 선수나 공의 움직임, 공수 전환이 빨라질 수밖에 없다. 한두 명의 스타플레이어에 의존하던 과거와 달리 조직력을 중시하기 때문에 한 명의 선수가 공을 오래 끄는 모습도 보기 힘들다. 경기 속도가 빨라진 데는 장비도 한 몫을 했다. 남아공월드컵 공인구인 자블라니는 탄성과 반발력이 뛰어나 움직임을 쫓아가기 힘들다.

선수와 공의 움직임이 빨라질수록 심판은 정확한 판정을 내리기 힘들다. 특히 공과 최종수비라인을 따라 움직이며 시선을 골라인과 평행하게 둬야 하는 부심은 더욱 곤혹스럽다. 시선이 골라인과 평행하지 않으면 투시오차가 생기기 때문이다. 골라인 통과 여부나 오프사이드에서 유독 오심이 많은 이유다. 독일과 잉글랜드전에서 독일 진영을 맡았던 에스피노사 부심은 “슛이 너무 빨랐고, 내 위치에서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따라 축구에도 첨단 장비를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도 비디오 판독 시스템 도입에 대해 논의하겠다며 비난을 진화하고 나섰다.

오심을 막기 위해 첨단장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FIFA는 첨단장비가 경기의 흐름을 끊고, 심판의 권위를 훼손하며, 정확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도입을 반대해 왔다. 특히 야구나 테니스 등 수시로 중단되는 경기와 달리 축구는 피치 못할 사정이 없는 한 계속 이어진다. 경기의 흐름이 끊기면 재미가 반감되고, 심지어는 결정적인 순간에 비디오 판독을 요청해 흐름을 끊는 식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결론은 간단하다. 경기의 흐름을 끊지 않으면서 실시간으로 공의 정확한 위치를 심판에게 알려줄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과연 현존하는 어떤 기술이 이 조건을 만족시킬까.

1. 매의 눈으로 보는 호크아이

축구팬으로 알려진 테니스 황제, 스위스의 로저 페더러는 테니스와 크리켓에서 쓰는 판독장치인 호크아이 시스템을 축구에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크아이 시스템은 고속카메라와 고성능 영상처리프로세서를 이용해 빠르게 움직이는 공의 궤적을 계산한다. 지난 2005년부터 윔블던, 호주오픈 등 주요 테니스 대회에 쓰이기 시작했다.

호크아이 시스템은 촬영 시각을 맞춘 6대 이상의 고속카메라를 사용한다. 각 카메라는 움직이는 공을 서로 다른 각도에서 초당 60프레임의 속도로 촬영한다. 호크아이 시스템은 똑같은 시각에 다른 각도에서 찍은 영상에서 배경과 공을 분리해 낸다. 다음엔 각 영상에서 공의 위치를 바탕으로 3차원 공간에서 공이 움직이는 궤적을 계산한다. 이어 계산한 경로를 3차원 영상으로 바꿔 심판과 TV중계진에 전달한다. 호크아이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는 영국의 호크아이 이노베이션에 따르면 테니스 경기에서 오차는 평균 3.6mm다.

호크아이 시스템을 축구 경기에 도입한다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호크아이 이노베이션은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호크아이 시스템을 시험한 결과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몇 가지 단점이 발목을 잡는다.

체육과학연구원의 이상철 박사는 경기장의 넓이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축구 경기장은 테니스 코트에 비해 30배 가까이 넓다. 카메라를 경기장 밖에 설치한다면 공과의 거리가 멀어지므로 망원카메라를 사용해야 한다. 망원카메라를 쓰면 화각(카메라에 찍히는 범위)이 좁아지고 넓은 범위를 촬영하기 힘들어진다. 카메라의 수가 늘어나면 비용이 커지기 때문에 FIFA로서는 망설일 수밖에 없다.

정확성에 대한 의문도 여전히 남아 있다. 테니스 경기에서는 이 시스템의 평균 오차인3.6mm보다 작은 차이로 판정이 갈려 논란이 생기기도 하며, 공이 그림자에 가렸을 때 판정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축구공이 여러 명의 선수에게 둘러싸여 보이지 않을 때 정확히 추적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실시간 판정이 되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다. 일단 공이 나가면 경기가 중단되고 화면을 확인할 여유가 있는 테니스와 달리 공수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는 축구에서는 실시간 판정이 안 된다는 것이 큰 약점이다.

장점 테니스, 크리켓 등 다른 경기에서 활약한 경험이 많다.
단점 실시간 판정이 어렵다.


2. 자기장을 이용하는 카이로스 시스템

2007년 독일의 카이로스 테크놀로지는 아디다스와 함께 새로운 GLT(GoallineTechnology) 시스템을 발표했다. 카이로스 시스템은 자기장을 이용해 공이 골라인을 넘어갔는지 판단한다. 카이로스 시스템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페널티 에어리어와 골문 뒤의 땅 속에 전선을 매설해야 한다. 전선에 전류가 흐르면 골라인 양쪽에 각각 자기장이 생긴다. 두 자기장이 맞닿는 선은 바로 골라인 위에 있다.

선수들은 자기장을 감지하는 센서가 들어 있는 ‘인텔리전트 볼’(Intelligent Ball)을사용한다. 공 안에 있는 센서는 공이 움직이는 동안 자기장의 변화를 측정해 중앙컴퓨터에 전송한다. 중앙컴퓨터는 센서가 보내는 측정값과 자기장의 경계에 해당하는 값을 비교해 공이 골라인을 통과했는지 알아낸 뒤 심판에게 전달한다.


오차 범위를 묻는 기자의 이메일에 카이로스 테크놀로지의 올리버 브라운 이사는 “카이로스 시스템은 일본에서 열린 2007 피파 클럽월드컵에서 시험한 결과 신뢰성을 인정받았다”며 100%의 정확도를 자랑한다고 주장했다. 호크아이 시스템과 달리 골키퍼가 몸으로 공을 완전히 감싸고 있어도 판정이 가능하다는 점도 덧붙였다.

그러나 체육과학연구원의 이상철 박사는 카이로스 테크놀로지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정밀한 자기 센서를 이용하면 5mm~1cm의 오차로 위치를 측정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센서는 무겁고 정교해 충격을 많이 받는 축구공에 맞지 않다. 반대로 축구공에 쓸 수 있을 정도로 작고 가벼운 센서로는 정밀한 측정이 어렵다. 필요에 따라 장소를 옮길 수 있는 호크아이 시스템과 달리 경기장마다 지하에 전선을 깔아야 한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장점 영상으로 보기 힘든 곳에 있어도 위치를 알 수 있다.
단점 정확도가 의심스럽다.

     
     
     
 


3. 선수 하나하나까지 추적하는 전파발신기

전파를 이용해 공의 위치를 추적하는 기술도 가능하다. 축구공 안에 전파발신기를 넣고경기장 주위에 수신기를 설치한다. 그러면 경기장 위에서 공의 위치에 따라 각 수신기에 전파가 도착하는 시간이 조금씩 달라진다. 이 시각 차이를 이용하면 삼각법을 이용해 공의 위치를 계산할 수 있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위치를 파악하는 원리와 같다. 선수의 몸에 전파발신기를 달면 공과 선수의 위치를 모두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골라인 통과 여부뿐만 아니라 오프사이드까지 잡아낼 수 있다.

그러나 이 방법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정확도가 너무 떨어진다. 전파를 이용한 삼각법은 m단위의 오차가 생기기 때문에 간발의 차이로 갈리는 판정에 쓰기 어렵다. 전파가 사람의 몸에 막히거나 굴절되기 쉽다는 문제도 있다. 22명의 선수가 전파를 방해해서 생기는 오류는 공의 위치를 파악하기 더욱 어렵게 만든다. 게다가 악의를 가진 관중이 고의로 방해전파를 발사해 시스템을 엉망으로 만들기도 쉽다.

장점 오프사이드도 판정할 수 있다.
단점 정확도가 낮고 전파 방해가 쉽다.

4.축구공도 미사일 쫓듯이 추적하는 레이더

골프 용품 중에 ‘트랙맨’(Trackman)이라는 제품이 있다. 미사일의 궤적을 추적하는 군사용 레이더의 원리를 이용해 골프공의 궤적을 추적하는 장치다. 트랙맨은 두 개의 전파를 끊임없이 발신한다. 전파가 움직이는 물체에 부딪치면 반사되면서 주파수가 바뀐다. 이 신호를 여러 곳의 수신기에서 감지하면 공의 궤적을 3차원 영상으로 만들 수 있다.

이 기술을 축구에 응용하면 어떨까.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트랙맨은 최대 360m안에서 공의 궤적을 추적할 수 있으며 90m당 최대 30cm의 오차가 생긴다. 축구에서 골라인 통과 여부를 확실히 알기 위해서는 오차가 이보다 훨씬 작아야 한다. 정밀한 레이더의 경우 수 cm 단위의 오차로 물체의 위치를 알 수 있다.

그러나 레이더의 오차를 줄이려면 레이더가 쏘는 전파의 파장이 짧아야 한다. 전파는 파장이 짧을수록 에너지가 크기 때문에 인체에 해롭다. 축구경기장에서 정확한 판정을 위해 레이더를 사용한다면 선수는 물론 수만 명의 관중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장점 실제 쓰이는 기술로 꽤 정확하다.
단점 위험하다.


5. GPS도 가능할까?

GPS는 우리가 가장 흔히 접하는 위치 추적 기술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GPS를 이용해 축구공의 위치를 추적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카이로스 테크놀로지의브라운 이사는 “말도 안 된다”라며 일축했고, 이상철 박사도 오차가 m단위로 너무 커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GPS 위성은 초당 3회 정도만 신호를 보내기 때문에 축구공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추적할 수 없다.

여러 가지 위치 추적 기술이 스포츠에 쓰이고 있지만 아직 그 어떤 기술도 축구에서 오심을 완전히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인 FIFA도 불확실한 기술보다는 골라인에 2명의 부심을 더 두는 6심제나 제한적인 비디오판독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이나 2018년 월드컵에서는 빠르고 정확한 기술이 인간 심판의 짐을 크게 덜어 줄지도 모른다. 과연 언제쯤 축구의 매력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정확하고 공정한 판결이 이뤄지는 월드컵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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