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파브레가스가 또 뛰지 못했다
sehunanan 2016-08-29 11:24:45 215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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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아침에 후보로 밀린 파브레가스

 

첼시의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또 다시 결장했다.

 

파브레가스는 지난 주말 번리전에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1라운드 개막전 웨스트햄전에 이어 두 번째 결장이다. 파브레가스가 시즌 초반 리그 3경기에서 뛴 시간은 고작 13분이다. 2라운드 왓포드전에서 경기 막판 뛴 게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출전의 전부다. 

 

부상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매 경기 교체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주중 EFL컵 브리스톨 로버스전에선 90분 풀타임 뛰었다. 몸 상태엔 문제가 없다. 다른 이유로 주전에서 밀린 것이다. 

 

파브레가스가 지난 시즌 1경기를 제외하고 모든 경기에 나선 걸 감안하면 그야말로 급격한 추락이다. 바르셀로나에서 이적한 뒤 2시즌 동안 첼시의 중심 선수로 활약했지만 이번 시즌 들어 교체 출전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에 직면했다. 급작스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맨체스터 시티의 골키퍼 조 하트와 다르지 않은 이유다. 하트와 파브레가스 모두 자국 대표팀에서 오랜 시간 활약한 실력파 선수들이다. 하트는 잉글랜드 대표로 A매치 63경기, 파브레가스는 스페인 대표로 무려 110경기나 뛰었다. 실력을 따지는 게 이상할 베테랑들이다. 그런데 둘 모두 올 시즌 들어 주전 위치를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하트는 올 시즌 맨시티의 리그 경기에 한 번도 나서지 못했다. 파브레가스는 1경기 교체 출전에 그쳤다. 맨시티가 바르셀로나에서 활약하던 클라우디오 브라보 키퍼를 영입하면서 하트의 이적이 유력시되고 있다.

 

중심에서 하루아침에 잉여 전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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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첼시-번리 프리미어리그 3라운드 라인업

 

 

소속팀은 물론 대표팀에서도 중심 선수로 활약하던 이들이 하루아침에 잉여 전력으로까지 내몰린 건 감독 교체에 따른 전술상의 이유가 결정적이다. 하트는 후방에서부터 패스와 빌드업을 강조하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전술 스타일에 따라 주전 자리에서 밀렸다. 일명 스위퍼형 골키퍼로 불리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전술적 요구가 하트를 밀어내 버린 셈이다. 하트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은 파브레가스의 위태로운 입지와 그 이유다.

 

첼시에게 지난 시즌은 말 그대로 최악이었다. 그 전 시즌만 해도 우승팀이었지만 고전을 거듭하다 최종 순위 10위로 시즌을 끝마쳤다. 디펜딩 챔피언이 10위까지 내려앉은 건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결국 무리뉴 감독이 중도 사임해야 했고 팀은 유럽 챔피언스리그는커녕 유로파리그 출전권마저 얻지 못했다. 

 

<첼시-번리전 골 하이라이트>

3R 첼시 vs 번리 경기 골모음

 

 

무리뉴 감독의 3년차 징크스, 우승에 안주한 선수들의 슬럼프, 팀 닥터와의 충돌 등 어수선했던 팀 분위기 등이 지적됐는데 전술적인 측면에 집중해 보자면 지난 시즌 첼시의 가장 큰 문제는 미드필드와 수비라인의 붕괴였다. 존 테리와 게리 케이힐의 중앙 수비라인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아킬레스 건으로 지목받았다. 테리와 케이힐은 노련하고 힘 있었지만 서른 줄을 넘긴 두 선수의 조합은 스피드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느린 발 탓에 넓게 벌어질 뒷공간의 문제, 오버랩 등으로 빈 포지션의 커버 문제 등이 그것이었다. 

 

 

마티치 살린 홀딩 미드필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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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조리 휩쓸고 다니고 있는 콘테 감독 첼시의 새 중심 캉테

 

 

첼시는 지난 시즌 이러한 문제점을 메우기 위해 파피 질로보지, 매튜 미아즈가를 영입했지만 적응 문제 등으로 별다른 힘이 되지 못했다. 커트 주마가 대안으로 투입됐지만 2월 초 큰 부상으로 일찌감치 시즌 아웃되고 말았다. 중앙 수비의 스피드 문제, 좁은 수비 범위 문제를 그대로 둔 상황에서 중요했던 건 미드필드 라인에서의 커버 플레이였다. 센터백이 못하면 중앙 미드필더들이 해야 했다. 

 

중앙에 위치한 미드필더들이 얼마만큼 수비라인과의 간격을 좁히고 오버랩 등으로 빈 포지션을 커버하느냐가 첼시에겐 매우 중요한 전술적 움직임이었다. 지난 시즌으로 보면 파브레가스와 마티치 라인의 몫이었다. 하지만 파브레가스는 수비력 면에서, 마티치는 기동력면에서 떨어지면서 간격 유지와 커버플레이에 문제를 드러내고 말았다. 첼시가 지난 시즌 1위 레스터보다 17골이나 많은 실점을, 15위 팰리스보다도 2골이나 많은 실점을 내준 원인 중 하나였다.

 

첼시의 새로운 감독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이러한 첼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력으로 삼은 선수가 레스터 시티에서 새로 영입한 은골로 캉테다. 레스터에서도 힘과 높이는 최고였지만 기동력이 떨어졌던 중앙 수비라인 모건과 후트가 커버하지 못하는 공간을 엄청나게 뛰고 또 빠른 발로 효과적으로 메웠던 캉테는 레스터와 닮은 첼시의 고민을 해결할 최적의 카드였다. 모건과 후트가 지닌 고민은 테리와 케이힐의 그것과 같았다. 실제 캉테는 번리전 히트맵에서 확인되듯이 공격과 수비 할 것 없이 전 포지션을 휘저으며 앞뒤의 빈 공간을 틀어막았다. 캉테가 이처럼 넓은 범위를 커버하면서 기동력이 다소 부족했던 마티치가 일정한 구역만 집중해 방어하는 플레이가 가능해졌다. 캉테의 존재감과 플레이로 마티치까지도 살아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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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역 배분이 잘 된 번리전 마티치(왼쪽)와 캉테의 히트맵

 

 

특히 번리전 승리가 주목됐던 건 무실점 승리였기 때문이다. 첼시가 프리미어리그 홈경기에서 무실점으로 승리한 건 지난해 11월 노리치전 이후 처음이었다. 지난 시즌 아킬레스건이었던 수비에 안정감을 더해준 홀딩 미드필더 캉테의 존재감이 더한 건 이 때문이었다. 캉테의 활약이 더 눈에 띈 건 수비 커버는 물론 공을 잃어버리는 빈도가 잦은 디에고 코스타 주위에서도 그 공을 다시 찾아오는, 공격의 높은 위치에서도 그 커버 플레이가 유지됐단 사실이다. 정말이지 앞뒤 가리지 않은 캉테였다. 첼시 개막 3연승의 주역으로 캉테를 꼽는 게 괜하지 않은 발군의 플레이였다.

 

캉테와 파브레가스 운명 가른 전술적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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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과의 리액션이 대단한 첼시 개막 3연승의 콘테 감독

 

 

캉테의 넓은 활동 범위가 중요한 건 콘테 감독의 전술적 특징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콘테 감독은 시즌 초반 4-1-4-1과 4-2-3-1 포메이션을 쓰고 있다. 사실상 캉테를 원 홀딩 미드필더로 둔 채 공격을 좌우로 넓게 펼쳐 빠르게 들어가는 전술을 활용하고 있다. 과거 이탈리아에서 썼던 4-2-4 포메이션과 특징이 같은 전술이다. 측면과 속도 그리고 균형으로 특징지어지는 콘테 감독의 전술이다. 이와 같은 콘테 감독의 전술이 실제화되고 파괴력을 얻기 위해선 공격과 수비라인을 잇고 지탱하는 뛰어난 개인 능력의 홀딩 미드필더의 존재가 필수다. 수비력과 균형감이 뛰어난 선수 없이는 공격이나 수비 한쪽으로 기울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는 전술이기 때문이다. 4-1-4-1부터 4-2-4까지 중앙 홀딩 미드필더가 중심을 잡지 못하면 공격과 수비가 단절되거나 한쪽으로 균형이 깨지고 만다. 캉테와 파브레가스의 운명이 갈린 건 바로 이 때문이었다. 

 

파브레가스는 공격 능력이 뛰어난 선수이지만 공수 균형이나 수비 커버에 있어서는 캉테에 미치지 못한다. 번리전 히트맵에서 보이는 것처럼 아자르와 윌리안이 콘테 감독의 전술 특징대로 측면으로 넓게 벌려 공격적으로 플레이할 때 미드필드 중앙에선 수비 지원과 공수 밸런스를 잡아줄 선수가 필요하다. 이와 같은 전술적 필요의 적임자는 파브레가스보단 캉테인 것이다. 아자르와 윌리안이 넓게 벌려 공격하는 탓에 중앙이 빌 수 있는데 이 때 중심을 잡아주는 선수가 바로 엄청난 에너지와 활동량의 캉테다. 계속해서 추가 영입설이 나오고 있는 중앙 수비라인의 고민과 맞물려 보더라도 수비력이 뛰어난 캉테가 현 첼시 전술엔 적임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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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리전 아자르(왼쪽)와 윌리안의 히트맵. 측면으로 확실히 넓게 펼쳐 공격해 들어간다. 이 때 중앙에서의 밸런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누가 더 뛰어나느냐의 문제가 아닌 누가 더 팀 전술에 부합하느냐의 관점이다. 또 캉테의 경우 커버와 태클, 인터셉트 등 수비적인 플레이가 강조돼서 그렇지 패스 전개 등 공격 지원이 떨어지는 선수가 아니다. 실제 캉테는 첼시에서 뛴 3경기 동안 무려 패스 성공률 95.1%를 기록했다. 이는 윌리안(95.6%)에 이어 팀 내 2위이자 주전급 선수 중 프리미어리그 전체 3위에 해당하는 높은 패스 성공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 전까지 팀 중심으로까지 활약했던 선수가 하루아침에 사라지듯 뒤로 밀려나는 건 받아들이기 쉬운 일이 아니다. 선수는 그 가진 능력 못지않게 어떤 감독 아래서 어떤 평가와 쓸모를 인정받느냐가 중요하단 말이 있지만 경쟁과 현실은 때때로 이처럼 무자비하게 가혹하다. 축구는 그렇게 누군가에겐 유희이지만 누군가에겐 생존의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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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킹콩형 Lv.7
    아스날이나 온나 세스크&#59;
    2016-08-29 12:3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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